육군의 한 부대에서 술을 먹은 대대장이 자고 있던 장병들을 집합시켜 얼차려를 주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군 관련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 7일 자정께 육군 3사단 71포병대대장 서승남 중령이 술을 먹고 부대에 복귀해 취침 중이던 장병 300명을 연병장에 집합시켜 얼차려를 주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서 중령은 지난 7일 자정께 간부 회식을 마치고 갑자기 부대로 복귀해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며 새벽 1시까지 앉았다 일어났다와 선착순 달리기 등의 얼차려를 시켰다. 전날인 6일 이 대대에서 병사 11명이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했다가 적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었다.
서 중령은 같은 날 오후 1시께 병사 97명에게 다시 얼차려를 실시했다. 휴대전화 사용 규칙을 위반한 병사 1명에게는 이발 상태가 좋지 않다며 100m 전력 질주 달리기를 30여회 시켰다. 이 병사가 숨을 헐떡이자 서 중령은 의무병에게 자동제세동기(AED)를 가지고 오라고 한 후 "제세동기가 있으니 쓰러져도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11명이 잘못했다는 이유로 부대원 전체를 불러내 얼차려를 준 것은 연좌제로 규정에 어긋난다"며 "일과시간과 자유시간이 아닌 새벽에 얼차려를 부과하거나 30차례 전력질주 달리기를 시킨 것도 얼차려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방부가 간부들에게 출타와 회식 자제 지침을 내리고 야외훈련을 취소한 상황에서 서 중령이 회식을 하고 병사 수백명을 연병장에 불러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서 중령을 군형법 위반(가혹행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육군은 서 중령을 보직해임하고 가혹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이에 대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결과를 바탕으로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정/이정호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