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허탕 친 현장점검…신천지, 방역 협조 의사 있나

입력 2020-03-09 18:01
수정 2020-03-10 00:33
9일 오전 9시45분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창정빌딩. 서울시는 이 건물 5층에 있는 사단법인 ‘새하늘새땅증거장막성전예수교선교회’ 사무소를 찾아 현장 종합 실태조사를 했다. 13일로 예정된 해당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 청문회를 앞두고 관련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빌딩 5층에 있다는 현장에 가보니 텅 빈 사무실과 강의장이 전부였다. 이 사무소에는 어떤 자료나 서류도 없었다. 기대했던 신도 명단과 시설물 명단은 물론 해당 사무실에 다니는 사람들의 명단도 존재하지 않았다. 폐쇄된 이 사무소에는 신천지 과천본부의 고위 간부만 혼자 나와 있었다.

사단법인 사무소라면 갖춰야 할 기본 서류도 없었다. 민법에 따르면 비영리 사단법인은 △재산목록과 사원명부 △정관, 임직원 명부와 이력서 △총회 회의록, 이사회 회의록 등 각종 서류와 장부를 사무실에 비치해야 한다.

이날 서울시가 현장점검한 주소지는 사실상 법인사무소로 쓰이지 않았거나, 신천지 측이 서울시의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률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허가 취소의 보완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서 두 차례 ‘법인사무소’라고 신천지가 밝힌 주소지를 찾아갔으나 모두 허탕을 쳤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제출한 시설물 명단과 법인등기를 토대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것으로 나온 신천지 법인 사무소에 갔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이전한 뒤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단법인은 주소지가 바뀌면 3주 내로 소재지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변경등기를 하지 않았다.

재차 진행된 현장점검에서는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한 사무소 위치를 신천지 측에 요구하자 용산구의 한 건물을 사무실이라고 알려왔다”며 “그러나 현장에 가보니 신축 중인 건물이었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가 점검에 나선 주소지도 신천지가 사무소라고 ‘주장’한 곳이었다.

신천지 측은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신천지는 그렇지 않았다.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자료를 누락하고 있지는 않은지, 협조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지금도 집단 예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