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과 미국 등 해외 국가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응 태세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 시작했다. 국내 확산이 시작되던 초기 중국이 관영 언론을 동원해 한국 정부에 '훈수'를 두던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국가의 전파 확산 속도가 염려될 정도로 빠르다"며 각국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일본에 대해서는 "훗카이도와 도교도 등에서 집단발생이 지속되며 신규환자 증가 폭이 증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환자 발견이 미흡해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9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초기 발견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탈리아와 이란 등에서는 매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정례 브리핑에서 상당한 비중을 할애해 해외 전파 상황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대로 떨어지며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인데 따른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켜보던 중국의 태도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당시 중국은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등을 통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국부적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더욱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이례적인 해외 동향 전달의 배경에 대한 정부 설명도 이와 비슷하다. 김강립 차관은 "중국을 제외하고 코로나19의 대규모 감염 사례를 경험한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우리의 지난 경험을 통해 다른 나라를 보면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외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산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관련 시진핑 국가주석의 업적을 찬양하는 책까지 내놓으며 선전에 나서고 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의 해외 확산 상황을 감안해 입국 금지와 특별 검역 등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