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하고 취업자 수는 36만 명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코로나19 경제적 영향 평가’에 따르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65억3100만달러(약 19조7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GDP의 1.02%(2018년 기준 적용)에 해당한다. 고용에도 적잖은 영향을 줘 취업자 수가 35만7000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ADB가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여행 금지와 내수 감소가 6개월간 이어지고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해 3개월간 지속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중국 내 소비와 투자가 평시보다 2% 감소하고, 한국에서 소비가 2% 줄어드는 것도 전제 조건이다. 이 외에 중국에서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은 6개월간 반토막 나며, 아시아 외 국가에서 동아시아·동남아시아를 찾는 관광객 수도 최상의 시나리오보다 40%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간한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전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달 수출이 중국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내수도 경제심리 악화로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었지만, 2월부터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다시 급격히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경기 부진의 근거로는 지난달 △한국은행 전 산업·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가 급락했고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가동률이 하락했으며 △관광객이 급감했고 △하루평균 수출액이 전월 5.9% 증가에서 12.2% 감소로 전환했다는 점을 들었다. 보고서는 “전염병 확산이 장기화하면 서비스업과 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KDI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글로벌 경기 하방 압력이 크게 높아진 것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KDI 관계자는 “제조업 등 산업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투자 심리도 움츠러들었다”며 “한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