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트라우마’는 사전에 없는 용어다. ‘사회’는 사람이 모여 사는 집단이고, ‘트라우마’는 사건·사고를 경험한 뒤 생기는 정신적·심리적 외상을 말하니 ‘우리가 모여 사는 곳에서 집단적으로 경험한 심리적 상처’라고 정리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63.7%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하며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지역, 연령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점점 더 높아질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공포와 불안은 전염력이 강하다.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불신도 커진다. 이제 개인과 국가는 위생관리와 함께 ‘심리적 상처’에 대한 치료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언론은 소식을 전하는 게 일이지만 국민은 일정 수준의 정보만 확인하고 뉴스 시청 시간을 줄이는 게 좋다. 지방자치단체도 문자 발송을 긴급문자 외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한적이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대화를 줄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셋째, 인정해야 한다. 이번 일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상처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안타깝고 싫지만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서로 돕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학교, 병원, 교육기관 등을 중심으로 ‘마음관리지침’ 같은 것을 마련하는 등 국민이 치유논리에 친숙해지게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해 ‘싸워 이기라’ 식의 “수고했다. 국민이 해냈다” 하는 구호는 줄여야 한다. 이 문제는 ‘조절’ ‘관리’ ‘심리적 탄력성’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
다행히 지역상담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교육기관 등에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런 자원을 활용해 국민들이 공포와 불안 바이러스를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체계를 다져야 한다.
임재호 <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