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우한' 이탈리아, 북부지역 전격 봉쇄…1600만명 격리

입력 2020-03-08 19:06
수정 2020-04-07 00:32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울 정도다. 이탈리아는 하루 만에 1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총 확진자가 6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확진자도 1000명을 향해 가고 있다. 유럽 확산의 진원지인 이탈리아는 북부 지역을 전격 봉쇄했다. 약 1600만 명이 사실상 자택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교황은 일요일 삼종기도 행사를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8일부터 경제·금융 중심 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 베네토, 피에몬테주에 걸친 11개 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하고 각종 제한 조치를 시작했다.

베네토주의 베네치아도 레드존에 포함됐다. 그 외 데나, 파르마, 피아첸차, 파도바, 트레비소 등도 대상이다. 이번 조치로 레드존은 북부 전체 3분의 1 정도로 대폭 확대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첫 지역 감염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롬바르디아 및 베네토의 11개 마을을 레드존으로 처음 지정했다.

이번에 확대된 레드존, 즉 봉쇄령 대상 인구는 총 1600만 명으로 6000만 명인 이탈리아 전체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다. 기한은 4월 4일까지다.

외부인은 가족을 만나거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에 드나들지 못한다. 이 지역 주민 역시 정부 허가 없이 외부로 나갈 수 없다. 격리 규정을 어기고 이탈하면 최대 3개월 구류에 처할 수 있다. 지역 내 결혼식과 장례식을 포함한 모든 종교·문화 행사가 정지된다. 영화관, 나이트클럽, 헬스클럽, 수영장, 박물관, 스키리조트 등은 폐쇄된다. 식당과 카페는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야 하며, 손님은 서로 1m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이탈리아의 이 같은 봉쇄는 중국이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을 봉쇄한 것 이후 가장 강한 조치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역사회 전파를 줄이기 위해 레드존 확대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883명으로 전날보다 1247명(26.9%) 급증했다. 사망자도 36명 증가한 233명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탈리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 감염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랑스 확진자는 336명 증가한 949명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도 4명 늘어 16명이 됐다. 독일은 아직 사망자가 없으나 확진자는 800명이다. 스페인에선 525명이 감염됐고 10명이 숨졌다. 이 세 나라 모두 1주일 만에 확진자가 10배 이상 급증했다.

스위스(268명) 영국(209명) 네덜란드(188명) 벨기에(169명) 등도 증가 속도가 빠르다. 바티칸,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몰타에서도 새로 확진자가 나와 이날까지 유럽에선 총 41개국 8000여 명이 감염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일 삼종기도 강론을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했다. 교황은 통상 매주 일요일 오후 성베드로광장을 향한 집무실 창문을 열고 기도를 한다. 인터넷 중계 방식으로 삼종기도를 진행한 것은 1954년 지금의 방식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을 오가는 크루즈선 리버 아누켓호에서 6~7일 3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이집트 보건부는 180여 명이 탄 이 배를 선상 격리하고 승선자들을 검사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