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영업점 창구에서 종이 서류를 완전히 없앤다. 기업 여신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100% 전자문서 형태로 처리하는 건 은행권에서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불필요한 서식을 없애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영업점 모든 종이 서류 사라져
우리은행은 9일부터 전 영업점에 전자문서시스템(2단계)을 적용한다. 종이 서류를 없애고 태블릿 모니터 등 단말기 내 전자문서 형태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서류 내용은 영업점 직원의 모니터와 고객이 보는 태블릿 모니터에 공유된다. 고객은 전자 서류에 간단히 서명하는 것으로 필요한 업무를 모두 마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일부 업무에 국한됐던 이 시스템의 적용 범위를 전체 업무로 넓혔다. 기업여신을 포함해 외환, 카드, 퇴직연금, 신탁, 펀드 등 모든 업무를 전자문서 형태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수신, 가계여신 등 일부 분야에 전자문서시스템을 1차로 도입했다. 일괄서명 기능(여러 종류 서식에 일일이 해야 하는 서명을 한 번의 서명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 기능), 확대 서식 기능(서식 크기 확대), 형광펜 기능(고객에게 설명할 주요 내용을 형광펜으로 그으면 직원 모니터와 고객 태블릿 모니터에 동시에 표시되는 기능) 등도 개발했다. 기업여신 등 처리할 서류의 양이 방대한 다른 업무는 추가 준비 작업을 거쳐 이번에 확대하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고객 업무 위주로 전자문서시스템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왔다”며 “영업점에서 처리하는 업무 전체를 일괄적으로 전자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적용 범위도 대폭 확대한다. 등기부등본 발급, 가계 여신 심사 등 10가지 업무에만 적용하던 것을 오는 7월까지 2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근저당권 말소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사후관리 등을 RPA로 처리하게 된다.
“고객 편의 늘고 업무 시간 줄고”
종이 서류 업무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창구 업무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전자문서시스템을 100% 적용할 경우 모든 영업점의 마감 시간이 현행보다 20분가량 단축될 것으로 우리은행은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올해 경영 목표로 삼은 ‘신뢰·혁신·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단순 반복업무는 RPA를 통해 처리해 창구 직원이 고객을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올 한 해 전 영업점을 통틀어 총 6만 시간의 업무 시간과 90억원가량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은행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면서 디지털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영업점의 전자문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디지털 창구’로의 변신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퇴직연금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전자서류로 처리할 수 있게 바꿨다. 창구 내 바이오인증 센서를 적용해 본인 인증 절차도 간편화했다. 신한은행은 일반고객 업무뿐 아니라 지난해 11월부터 외환업무 전반에도 디지털 업무 방식을 적용했다. 창구뿐 아니라 본부 부서 결재 과정에 쓰였던 종이도 모두 없앴다. 하나은행도 예금 대출 펀드 신탁 외환 등 300여 종의 문서를 전자서식화했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