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동남아시아 통신사들과 손잡고 e스포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싱가포르 싱텔, 태국 AIS와 게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현지 통신사와 손을 잡고 SK텔레콤의 e스포츠 콘텐츠와 기술력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탈(脫)통신’ 전략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동남아 e스포츠 시장 공략
SK텔레콤은 싱가포르 싱텔, 태국 AIS와 ‘게임 플랫폼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합작회사 본사를 설립하고, 올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3사는 같은 금액을 투자해 합작회사 지분을 3분의 1씩 갖기로 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추아 쿵 싱텔그룹 최고경영자(CEO), 쏨차이 AIS CEO와 지난 5일 원격 화상회의로 이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회사는 게임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게임 연계 사업을 집중 발굴한다.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 e스포츠 연계 사업, 게임 미디어 콘텐츠 사업 등이 우선 논의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서비스는 게임 커뮤니티다. 게임 커뮤니티가 정보 공유 기능과 함께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의 스팀커뮤니티, 미국의 게임스팟, 한국의 루리웹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커뮤니티에서 e스포츠를 중계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분야에서 다양한 연계 사업도 펼친다. 한국과 동남아 시장에 SK텔레콤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활용한 멀티뷰, 가상현실(VR) 생중계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e스포츠 경기 영상, 프로게이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등 게임 미디어 콘텐츠도 개발한다.
3사는 각 사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e스포츠 팀인 ‘T1’을 운영하고 있다. e스포츠 분야 콘텐츠와 5G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싱텔은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21개국에서 7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AIS는 태국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싱텔과 AIS는 각국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여는 등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스포츠·OTT…‘탈통신’ 가속화
SK텔레콤이 e스포츠 시장에 주목하는 건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2023년 15억5670만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능성을 일찍부터 봤던 SK텔레콤은 2004년 T1을 창단한 데 이어 작년 미국 미디어 그룹인 컴캐스트와 함께 T1 합작회사도 설립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e스포츠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동남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SK텔레콤의 ‘탈통신’ 전략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유·무선 통신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발굴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e스포츠 영토 확장도 탈통신 전략의 일환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분야 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아시아 무브먼트’를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콘텐츠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SK텔레콤과 동남아 통신사들 간 구체적인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