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림대 총장 "지방대도 명문대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겠다"

입력 2020-03-08 18:11
수정 2020-03-09 00:22
“정부와 청와대를 포함해 지금까지 직장을 20번 가까이 옮겼습니다. 대학 총장을 마지막 공적 자리로 생각하고 퇴임 때까지 지방대도 명문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보여주겠습니다.”

지난 4일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김중수 한림대 총장(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김 총장은 2007년에도 제6대 한림대 총장에 올랐지만 이듬해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한국은행 총재 등 주요 공직을 두루 거치다 2016년 9대 한림대 총장으로 돌아왔고, 연임에 성공해 4일 10대 총장 임기를 시작했다.

김 총장은 연임까지 하면서 오래 대학에 몸담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인 만큼 기여할 바도 가장 많은 곳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분석 대상 63개국 중 55위에 불과하다”며 “경제 규모에 비춰 보면 최소한 20위 안에는 들어야 정상”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이 낮은 이유에 대해 “대학 교육이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그동안 많은 교수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교육 수요자인 학생을 위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했다.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교육을 위해 김 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한림대가 경쟁력을 갖춘 의학과 생명공학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강원 춘천에 있는 한림대가 서울대와 같은 대형 수도권 종합대학을 따라 모든 분야를 다 잘하려고 하면 되레 뒤처지게 된다”며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대를 모태로 하는 한림대는 병상 수 기준으로 전국 1~2위를 다투는 큰 의료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의학을 중심으로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요약되는 현대 사회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공에 특화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지난 임기 동안 공대를 포함해 여러 전공과 단과대학을 통폐합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중심의 데이터과학융합스쿨,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등을 신설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김 총장은 “퇴임 전까지 지방에도 명문대가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많은 정치인이 지역 발전을 위해 대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은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반드시 따라 모이는 만큼 지역사회 발전에 지방대의 역할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가 곁에 없었으면 절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림대를 중심으로 ‘춘천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