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칼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약 2.9%(작년 말 기준)를 전량 10여 곳의 위탁운용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도 해당 운용사들에 위임돼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한진칼 보유 목적이 경영 참여로 공시돼 있는 점을 감안해 위임된 의결권을 회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6일 올해 제5차 회의를 열고 위탁운용사들에 위임돼 있는 한진칼과 지투알의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수탁위는 의결권을 회수한 배경으로 한진칼과 지투알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이라는 점을 들었다. “두 기업의 주식 보유 목적이 각각 ‘경영 참여’와 ‘일반 투자’로 공시돼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작년 11월 의결한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탁운용사를 통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종목에 대해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해당 운용사들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한다. 다만 △중점관리 사안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이 발생한 주주총회 안건 등에 대해선 의결권 위임을 하지 않을 수 있게 예외를 뒀다.
이날 수탁위 결정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대결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측의 지분율 격차는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승부를 가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향후 의결권 행사 방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기금운용본부 내 수탁자책임실이나 투자위원회보다는 수탁위가 최종 의사결정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7일 정기 주총에 이사 선임 방식을 바꾸는 정관 변경 안을 상정하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돼 있는 현행 이사 선·해임 방식을 과반 동의만 얻어도 되는 일반결의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특별결의는 작년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좌절시켰던 룰이다. 이번에 연임 기준을 일반결의로 바꿔 조 회장의 연임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정관 변경 역시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황정환/최만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