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회사 건물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시애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과 학교들이 비상계획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애틀 스타디움 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오는 9일까지 소독 작업을 위해 건물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일했던 150여 명의 직원은 31일까지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이 건물 근무자 외에도 시애틀 지역 5000여 명의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며 “모든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라는 보건당국의 조언에 따라 직원들에게 집에서 근무할 것을 권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도 시애틀 지역 직원들에게 이달 말까지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지난 4일 “시애틀 본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라며 “모든 직원에게 가능하다면 이달 말까지 재택근무를 권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시애틀 본사와 글로벌사업팀이 있는 벨뷰 지역 사무실 등을 사실상 폐쇄하기로 했다.
MS도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지역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이달 말까지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시했다. 커트 델베네 MS 부사장은 블로그에 “워싱턴주의 권고에 따라 집에서 근무가 가능한 직원들에게 25일까지 재택근무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델베네 부사장은 “이런 조치는 현장에서 근무해야 할 사람들의 작업장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워싱턴주 보건당국은 이날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70명(사망자 11명 포함)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커클랜드의 장기 요양시설 라이프케어센터가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 라이프케어센터가 있는 킹카운티에서 51명(사망자 9명), 스노호미시카운티에서 18명(사망자 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애틀 북부 노스쇼어 디스트릭트에 있는 33개 학교는 14일간 문을 닫기로 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미셀 리드 노스쇼어 디스트릭트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우리는 중요한 전환을 할 때가 왔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소매 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로 도산 위기에 몰리는 등 타격을 받고 있다. WSJ는 “부채가 많은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와 수공예 재료를 취급하는 조앤스토어, 의류업체 제이크루 등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인들이 바깥 출입을 꺼리는 데 따른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토머스 오코너 애널리스트는 중국 공장의 정상화 지연으로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을 위기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소매 컨설팅업체 퍼스트인사이트는 최근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용시장 지표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면서 미국 경제의 핵심인 민간 소비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