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證, 이병철式 주주환원 본격화

입력 2020-03-06 17:13
수정 2020-03-07 01:59
KTB투자증권이 2008년 증권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보통주 주주들에게 이익금 중 일부를 배당한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일부 상환하기로 했다. 이병철 KTB증권 부회장(사진) 주도의 주주환원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KTB증권은 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15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90억원으로 배당기준일(작년 12월 31일) 주가를 고려한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배당기준일 주가)은 6.3%에 달한다. 이달 중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시작할 예정이다.

KTB증권은 2008년 증권사로 전환한 뒤 보통주 배당을 하지 않았다. 당시 자본금 확충을 위해 DB생명보험, 대구은행, 녹십자홀딩스, 삼성꿈장학재단 등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1000억원 규모 RCPS를 발행하면서 향후 배당가능 이익이 발생하면 RCPS 투자자에게 우선 배당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2013년부터 실적 악화로 순손실을 내면서 RCPS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전혀 지급하지 못했다. 작년 말 기준 KTB증권이 RCPS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할 원금과 미지급 배당금 총액은 1608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 최대인 502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배당방침에 변화를 줄 계기가 마련됐다. KTB증권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RCPS 미배당금이 존재하더라도 보통주 주주를 대상으로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꿀 계획이다.

아울러 KTB증권은 RCPS 투자자에게 원금과 미지급 배당금 총액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544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RCPS 약정 배당률이 연 9%로 높아 그동안 회사에 재무적 부담이 작지 않았다”며 “이번에 일부를 상환함으로써 그만큼 잔여 배당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KTB증권 경영에 참여한 이 부회장이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수익원 다각화 등 체질개선에 주력해 토대를 마련해왔다. 2015년 7.8%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은 지난해 9%까지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수년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물론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결과다.

이날 KTB증권은 주주친화 전략 발표에 힘입어 25원(1.10%) 오른 2305원에 마감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B증권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2012년 이후 최저인 0.2배 수준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저평가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보증 비중이 55%대로 비교적 낮은 등 투자 여력이 충분해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