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추진하는 강원 춘천 선거구 조정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연접하지 않은 시·군끼리 통합하는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원도의회 의원과 춘천시의회 의원들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도 국회의원 9석 보장’을 담은 선거구 재획정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선거구획정위가 춘천을 남과 북으로 나누어 북쪽은 철원·화천·양구와 남쪽은 홍천과 합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에 대해 “시민을 무시한 최악의 선거구로서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 대표성이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 문화와 정서, 생활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강원도민이 떠안을 것이며 강원도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춘천은 자체 분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춘천 분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4·15 총선을 보이콧하고 대정부 투쟁을 위한 총궐기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춘천을 정치·사회적으로 공중분해하는 것”이라며 “인구수 상한을 높이는 방법으로 단독 선거구 유지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논란은 획정안이 처음 국회로 넘어온 지난 4일 시작됐다. 강원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을 한데 묶는 등 ‘공룡 선거구’ 방안이 획정안에 포함되자 강원도국회의원협의회 소속 권성동·김기선·김진태·염동열·이철규·이양수 미래통합당 의원과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획정위가 제시한 홍천·횡성·영월·평창·정선 선거구는 서울 면적의 약 11배에 달하고,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는 8배 이상”이라며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은 지역 분권과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강원도를 죽이려는 만행이자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에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선거구획정안을 거부하고 선거구획정위에 재의를 요구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