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들 "한국 무서워" 입국포기…개강도 미뤄져 대학가 원룸촌 텅텅

입력 2020-03-07 08:00
수정 2020-03-07 14:58

‘자취방, 빈방 있음’

6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원룸촌’에는 이런 종이가 붙은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수업을 들으러갈 학생들로 붐빌 시간대지만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지나가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지역에서 10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 모씨는 “이 동네에서만 오래 장사를 했지만 3월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가 텅텅 비고 있다. 개학이 2주 이상 연기되면서 지방에 사는 국내 학생은 물론 중국 학생들마저 한국 입국을 꺼리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가 상권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코로나19에 텅 빈 원룸촌

경희대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 모 씨(63)는 나흘 간 손님을 단 한명도 받지 못했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지방에서 올라온 신입생을 받느라 분주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거래가 취소되고 있다.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취소된 계약만 벌써 20여건. 코로나19 여파로 경희대가 개학을 이달 16일까지 연기하자 빈 방을 찾으려는 신입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다른 부동산중개업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려대 인근의 A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 시기에는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들이 밀려와야 하는데 자취도 보이지 않는다”며 “평소 거래물량보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빈 방에 중국 유학생들의 짐만 들어찬 경우도 있다. 신촌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조 모씨는 "입주자 절반이 중국인 유학생인데, 다 입국을 못 해 짐만 방에 한가득 쌓여있다"며 “중국에서 월세를 계속 내고 있거나, 계약금을 포기하고 방을 아예 취소한 중국인 유학생도 적지 않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국내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은 3818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대학들을 통해 집계한 예상 인원 8234명의 46%에 그친 수준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지난달 들어 크게 급증하면서 오히려 중국 학생들이 한국행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월세도 하락세, 상인들은 울상

학생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대학가 인근 지역의 월세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방이 발표한 임대시세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주요 대학 원룸촌 10곳 가운데 5곳은 월세 가격이 전달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의 경우 원룸 월세가 1월보다 9%(4만원) 가량 떨어졌다. 서울대도 월세평균가가 5%(2만원) 하락했다. 이 밖에 고려대, 한양대는 각각 2만 원씩, 중앙대는 1만원 줄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경희대는 7%(3만원)이, 고려대는 9%(4만원) 떨어진 수치다. 다방 관계자는 “12~2월이 대학새내기, 사회초년생이 방을 구하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하락폭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가 가게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룰 피해가지 못했다. 개강이 미뤄진 것뿐만 아니라 신입생 행사나 학생회 차원에서 기획한 주요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연세대 응원단은 5월 16일로 예정된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를 올해 하반기로 연기했다. 명지대 인문캠퍼스 총학생회도 지난 2일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체육대회, 축제, 간식행사 등에 대해 연기 및 잠정적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렸다. 서울대 학생회는 코로나19로 단과대별 신입생 행사가 잇달아 취소되자 지난달 수강신청, 기숙사 안내 등의 내용을 담은 온라인 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


신촌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한 달 인건비가 1200만원, 월세가 550만원인데 지금은 이조차도 감당하기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희대 인근에서 피자가게를 하는 김 모씨도 “방학 기간에도 힘들었는데 3월이 넘어서도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개강 후에도 손님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