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디지털 프런티어] 극소형 AI 시대가 도래한다

입력 2020-03-05 18:08
수정 2020-03-06 00:19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기술전문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 부상하는 10개 기술’을 선정하면서 인공지능(AI) 분야에 ‘극소형 인공지능(Tiny AI)’을 포함시켰다. MIT는 컴퓨터와 반도체 칩이 소형화·초집적화의 길을 걸은 것처럼 AI도 결국 같은 길을 밟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대한 빅데이터에 의한 AI 기기보다 적은 데이터로도 제 역할을 수행하는 소형 AI가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예견이다.

AI는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불과 몇 년 만에 세상을 많이 바꿔 놓은 게 사실이다. 빅데이터 붐을 일으키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데이터 양이 늘어나는 만큼 프로그램은 복잡해졌고 프라이버시도 문제가 됐다. 전력 소비도 심각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엔 결국 소형화가 답이라는 사실을 기업들이 깨닫고 있다. AI 연구진은 기존 기계학습(딥 러닝) 방법을 훼손하지 않고 비슷한 성능으로 운영되면서 크기는 줄어든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AI를 개발하려 한다.

당장 구글은 지난해 원격서버 없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사용자의 음성을 파악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애플도 독자 소프트웨어인 IOS 13에서 신경망을 사용해 음성 비서인 ‘시리’를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IBM과 아마존 역시 작은 AI를 직접 꾸미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개발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다. 극소형 AI는 자율주행차와 의료기기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소형화 추세에 맞춰 ARM,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들도 초미세 칩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은 AI에 최적화된 인공신경망 반도체를 지난달 선보였다.

엔비디아도 신용카드보다 작은 초소형 AI 컴퓨터를 출시했다. 소형 로봇이나 드론 광학센서 및 휴대용 의료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맥킨지는 2025년께 이런 AI 기반 칩 시장 규모를 670억달러로 추정했다. 모든 컴퓨터 칩에서 20%가량이 이런 소형 AI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AI가 소형으로 바뀌면 더욱 똑똑해질지는 의문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u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