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국내 전력 생산을 전담하는 발전 공기업들이 작년에도 저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발전업체 중 3곳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작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306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전년(-1376억원)보다 개선됐으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6년(2조4548억원)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2016년 79.7%였던 원전 이용률이 작년 70.6%로 낮아진 게 결정적 요인이란 분석이다.
중부발전(-287억원)과 서부발전(-419억원)은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554억원의 이익을 냈던 남부발전은 작년 적자(-413억원)로 전환했다. 화력발전사 중에선 남동발전(410억원)과 동서발전(609억원)만 수백억원대 흑자를 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5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내던 곳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출력 상한 제약,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증가 등 정책 변화가 경영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매입 제도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작년 전체 전력의 6%를 태양광발전 등으로 공급(외부 구입 포함)한 발전사들은 올해 이 비중을 7%로 확대해야 한다. 매년 1%포인트씩 늘려 2023년 이후엔 총 전력의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차입에 의존하면서 발전사들의 부채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수원 부채비율은 2018년 120.4%에서 1년 만에 132.2%로 상승했다. 중부발전은 189.0%에서 242.5%로, 서부발전은 151.5%에서 170.8%로, 남부발전은 125.7%에서 154.5%로 올랐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게 발전사들의 설명이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 설비를 총 5.4기가와트(GW)로 늘릴 방침이다. 원전 4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화력발전사들은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총 5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발전사들의 경영 부실은 에너지 전환으로 포장된 탈원전 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결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전기요금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