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의 경영 정상화가 걸린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에서 좌초됐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KT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결과적으로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유상증자가 절실했던 케이뱅크를 사면초가에 빠트렸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어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전날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처리 기대감이 높았지만 민주통합의원모임, 정의당 등에서 반대·기권표가 대거 쏟아지며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KT 측은 "법사위만 통과되면 본회의는 당연히 통과될 것이라 봤다. 본회의 부결은 전혀 생각하지 못해 당황스럽다"며 "일단 주주사들과의 논의가 시급하다. 케이뱅크 경영 정상화나 추가 유상증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삭제하는 것이다. 부결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는 케이뱅크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요원해졌다.
현행법은 정보통신기술(ICT) 주력인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기존 보유 한도 4%에서 34%까지 늘릴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및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경우 대주주가 될 수 없다.
KT는 작년 3월 케이뱅크 지분을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심사가 무기한 중단된 바 있다. 그러면서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도 무산되고 KT가 증자에 참여하는 길도 막혔다.
인터넷은행 1호로 야심 차게 출범한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극심한 자금난에 작년 4월부터 모든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결국 케이뱅크 자본 확충과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날 국회 찬반토론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불법 기업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민주통합의원모임 의원도 "이번 개정안은 독과점,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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