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만에…코로나19 사망자, 메르스 넘었다

입력 2020-03-05 17:28
수정 2020-03-06 01:06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015년 국내에서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를 넘어섰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45일 만이다.

5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42명이다. 사망자는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뇨·고혈압 등 이전에 앓고 있던 질환(기저질환)이 없는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사망자가 7명 늘었다. 모두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다. 경북 청도와 성주에 사는 두 명의 80대 확진자가 안동의료원에서 사망했다. 이들 중 한 명은 고령이지만 특별한 사망 위험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도군립노인요양병원에서 지난 4일 숨진 86세 여성 환자는 이날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67세 남성 환자도 이날 경북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달 18일 폐렴 증상으로 경북대병원에 실려온 이 환자는 코로나19 검사에서 한 차례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재검사에서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2015년 메르스 사망자보다 많다.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같은해 12월 23일 종식 선언이 나온 국내 메르스 환자는 186명, 사망자는 39명이다. 종식 선언뒤에도 메르스 합병증 등으로 치료를 받다 2017년 9월 사망한 74번째 환자 이모씨(73·남)가 39번째 사망자였다. 당시 청와대는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 애도했다.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21%다. 코로나19 치사율은 0.7%로 메르스보다 낮다. 하지만 감염력이 높아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사망자도 많아졌다. 이날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6088명이다. 2015년 메르스 환자의 33배다. 코로나19 환자 중 인공호흡기 등으로 치료받는 위중한 환자는 26명, 산소치료를 받거나 열이 많이 나는 중증 환자는 23명이다.

사망자가 늘면서 유가족을 심리적으로 보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염병으로 숨지면 추가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화장 후 장례를 치른다. 유족들의 무력감과 고통이 크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장례를 통해 애도하는 마음이 잘 풀려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풀지 못하다 보니 응어리가 많이 남는다”며 “유가족 심리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