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A씨(67)는 지난달 월수입이 전월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그는 100만원 남짓 벌었다. 지하철 택배 50만원, 치과 보철물 배달 20만원,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 참가 27만원 등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일감이 크게 줄었다. 기업활동이 수그러들면서 문서 및 도장 배달과 같은 지하철 택배 수요가 줄었다. 소비활동이 위축된 탓에 치과 보철물, 안경 렌즈 배달도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2월 초부터 정부 노인일자리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일용직과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 일자리는 노인 일자리 비중이 높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주 35시간 이상 근로자 중 만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안팎이지만 15시간 미만 근로자 중에는 8.7%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인들이 일하던 경비 및 청소, 식당 등의 상용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여러 개의 단시간 일자리를 뛰는 노인이 늘고 있어서다. A씨도 2018년까지 해오던 아파트 경비 일을 그만두면서 일자리 세 개를 갖게 됐다.
민간 일거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정부 노인일자리사업까지 잠정 중단되면서 이들의 어려움이 커졌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중단된 뒤 아직 재개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취약한 노인들을 중심으로 병이 확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달 4일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노인일자리 참가자의 보수를 4개월간 32만9000원으로 인상해주겠다고 밝혔다. 2월 한 달간 받지 못한 돈을 4개월간 나눠서 지급해 1년 수입은 차이가 없도록 맞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노인일자리 사업이 재개된 이후 지급하는 돈이라 노인 빈곤층의 생계에는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 남부권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자리사업을 맡고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원래 부족하던 민간 일자리는 더 줄고, 정부 일자리사업마저 중단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으로 어려워진 노인들의 생계가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