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과 이란간 갈등을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닫게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 사건을 두고 이라크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가 미국과 내통해 벌인 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라크 정보국은 의혹을 부인했다.
4일(현지시간) 이란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라크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아부 알리 알 아스카리 총사령관은 “이라크정보국(IIS) 등 정보당국과 군경 관계자들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을 도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그중 하나는 무스타파 알 카제미 ISS 국장”이라고 지난 2일 주장했다. ISS는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기관이다.
알 카제미 ISS 국장은 이라크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다. 알 아스카리 총사령관은 “이는 이라크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트윗을 통해 주장했다.
솔레이마니 IRGC 사령관은 지난달 1월2일 이라크 땅에서 사망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터미널 인근에서 이라크 민병대가 호위하고 있던 차량 두 대를 공격해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 당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하시드 알사비)를 이끄는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함께 사망했다.
당시 미군이 솔레이마니 폭격에 동원한 무기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주요 외신들은 미군이 이른바 '닌자폭탄'으로 불리는 헬파이어 R9X 미사일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 없이 칼날로 표적을 공격하는 저격용 미사일이다. 당시 이란과 이라크 안팎에선 미국이 이라크 군·정보당국 관계자 등으로부터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음모론'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보국(IIS)은 의혹을 부인했다. 터키 반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IIS는 성명을 통해 “현재 떠도는 소문은 사실 무근으로 알카제미 정보국장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라크 안보를 위해 힘쓰는 정보기관을 음해하는 일은 이라크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헤즈볼라가 알 카제미 국장의 이라크 총리 신임을 막고자 이같이 주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라크는 작년 12월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로 아델 압둘 마흐디 총리가 사임한 이래 석 달 간 총리 자리가 비어 있다. 지난 1일엔 무함마드 타우피크 알라위 총리 지명자가 의회의 표결을 받지 못하자 총리 지명 한 달만에 자진 사퇴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