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훈 대표 "해외·대체투자에 집중…2년내 국내 '톱5 운용사'로 도약할 것"

입력 2020-03-05 16:18
수정 2020-03-05 16:20

창립 17주년을 맞은 NH아문디자산운용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2월 운용자산(AUM) 48조원을 넘어서며 자산운용업계 7위로 올라섰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HANARO200’ 상장지수펀드(ETF)가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5월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출시하며 퇴직연금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같은 사업 다각화로 성과를 낸 NH아문디운용은 올해부터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영훈 대표는 “미래 먹거리인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상품 종류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2년 안에 국내 5위 운용사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업 다각화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필승코리아 펀드, HANARO200 ETF, 하나로TDF(퇴직연금) 등 사업 전 분야에서 대표 상품이 출시됐고,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충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2년간 부문별 인재를 채용해 2017년 100명이던 조직을 지난해 147명까지 키웠습니다. 임직원 이직률이 낮아 직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 출시로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필승코리아 펀드가 출시된 지 이제 200일 정도 지났습니다. 설정액 기준으로 1000억원 정도인데 차익 실현을 위해 환매된 금액이 1000억원을 넘습니다. 누적 판매액은 2200억원에 달합니다. 투자자에게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성공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장관, 도지사, 국회의원 등 유명인도 펀드 가입에 동참하면서 NH아문디 이름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올해는 채권혼합형 펀드를 선보였습니다.

“필승코리아 채권혼합형 펀드는 주식형 펀드와 같은 주식운용 전략을 가져가되 우량채권을 더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출시 15일 만에 750억원을 유치하는 등 순항하고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필승코리아펀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이 펀드가 NH아문디운용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펀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필승코리아의 뒤를 잇는 펀드를 구상하고 있습니까.

“필승코리아펀드의 성공을 이어갈 공익적 상품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출시할 생각입니다. 농협금융은 그 태생부터 농민, 농업, 사회적 책임의 유전자(DNA)가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ESG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기업지배구조,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환경까지 모두 아우르는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ESG 기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 투자할 것인지 표준화된 방법론이 없었습니다. 유럽은 오랜 기간 투자에 ESG를 접목해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파트너사인 프랑스 아문디운용의 방법론을 참고하고 국내 환경을 고려해 가중치 등을 재조정했습니다. 2분기부터 이처럼 새롭게 개발한 ESG 평가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평가 기준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입니다. ESG를 평가하기에 앞서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들로 투자 유니버스를 구성하고 이후 ESG 평가를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ESG 투자가 돈이 안 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ETF 시장에서의 선전도 돋보입니다.

“2018년 ETF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미 1, 2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패시브 펀드는 종합자산운용사로서 포기할 수 없는 강한 성장동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지난해에만 1조13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순자산 기준으로 2조원이 넘어섰고 ETF 시장 점유율은 3.4%(업계 4위)로 올라왔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ETF 시장에 안착했다고 자평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HANARO200 ETF를 시작으로 총 12개의 ETF를 출시했습니다. 주식형 10개, 채권형 2개로 국내 부문은 모두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는 해외 ETF 상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글로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 럭셔리 ETF 등 해외 테마형 ETF 상품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할 방침입니다.”

▷아문디운용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문디운용은 유럽 1위, 글로벌 10위 자산운용사입니다. 이미 유럽에서 ESG 투자와 관련한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사업 부문별로 벤치마킹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동시에 해외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펀드 셀렉션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영입할 계획입니다. 해당 부서에서는 우수한 해외 펀드를 재간접펀드 형태로 국내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지난 1월 베트남 증권사와 MOU를 맺었습니다.

“베트남의 사이공증권자산운용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VN지수를 활용한 ETF, ETF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 개발 등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방식의 제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생산라인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증권시장도 이미 상당히 성숙된 상태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풀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투자 환경도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업계 7위로 성장하면서 내실을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국내에 해외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직접 해외 진출도 꾸준히 모색하려고 합니다. 또한 농협금융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맞춰 비대면 채널 마케팅 확대 및 인공지능(AI) 투자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 목표였던 수탁액 50조원을 상반기에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세를 몰아 2년 안에 반드시 국내 5위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습니다.”

글=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