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덮친 코로나…이란 의원 23명 감염·美 '국가비상사태' 검토

입력 2020-03-04 17:25
수정 2020-06-02 00:02

한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이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4일 2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이날 기준 세계 80개국에 퍼졌다. 이란에선 국회의원 23명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이날까지 9명이 사망한 미국은 대형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데이터분석업체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한국시간) 기준 중국 외 지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1만396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0일 1124명으로 1000명을 넘어선 지 불과 13일 만에 열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2454명으로 처음으로 2000명을 웃돌았다.

중국에선 3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 131명, 사망자 38명이 추가됐다. 누적 확진자는 8만282명, 사망자는 298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중국 외 지역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중국의 20배를 넘어섰다. 지난달 25일 이후 중국 외 지역이 중국보다 확진자가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핫스팟’으로 부상한 이탈리아와 이란의 코로나19 감염자는 각각 20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는 2502명으로 전날 대비 466명 늘었다. 국가 간 왕래가 잦고 밀집해 있는 유럽은 총 33개국에서 3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프랑스(212명)와 독일(244명), 스페인(193명)에서는 최근 며칠간 매일 30~4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한 병원에선 수술용 마스크 2000여 개가 도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마스크 가격이 두세 배로 급등하자 분노하면서 “마스크 비축 및 생산분을 국가가 징발한 뒤 의료 전문가와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검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감염자가 4일 586명이나 폭증해 2922명이 됐다. 이란은 지난 주말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코로나19 감염 검사키트와 장비를 지원받았다. 압돌 레자 메스리 이란 의회 부의장은 “의회 의원 2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사람을 많이 접촉하는 직업이다 보니 감염자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부통령, 보건 차관 등 전·현직 고위 공직자 10여 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최고지도자의 자문 역할을 하는 국정조정위원회의의 모하마드 미르-모하마디 위원은 지난 2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미국의 확진자는 128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도 3명 추가된 9명이 됐다. 미국의 사망자는 모두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에서 발생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에서도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비상사태 선포 시 정부가 보험이 없는 환자의 진료비를 대신 부담해준다. 미국은 인구 3억3000만 명 중 8%인 2750만 명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코로나19에 걸린 비보험자가 치료비 부담을 우려해 진료를 주저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이날 15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자가 총 28명으로 늘어났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의약품 수출국인 인도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총 26종의 원료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