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툭튀' 박근혜 옥중 서신…"총선 개입 선언" vs "의로운 결정"

입력 2020-03-04 17:55
수정 2020-03-04 17:57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옥중 서신을 통해 "기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대독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 여야 정치권은 진보·보수로 나뉘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 반색을 표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공천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의로운 결정을 해주셨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도적 차원에서, 인권 차원에서 빨리 석방 되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촉구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이 출범한 지 며칠 되지 않고 여러 가지 국민 기대와 미흡한 게 동시에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만 이 거대한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에 맞서 나갈 수 있다는 애국적인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같은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크게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하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좌파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면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우파 보수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선거 승리를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에서 승리하기 여럽고,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면서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미래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을 당했다"면서 "국민들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할 일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자숙하며, 법과 국민들이 심판한 죗값을 치루는 것"이라면서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지침을 내리며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덧붙였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론관 브리핑에서 "이제까지 숨 죽이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이 고개를 슬그머니 내미는 것을 부니 국회에서 정쟁을 일으키고 발목만 잡는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 하다"고 꼬집었다.

또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위기를 기회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낱낱이 확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오 대변인은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있는지 모르고 옥중에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면서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공작성 발언"이라면서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자숙하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정신 못 차리고 정치적 망발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니 죗값을 치르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황교안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