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고강도 비난'에도 "밝힐 입장 없다" 입 닫은 靑

입력 2020-03-04 17:47
수정 2020-03-05 01:25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강도 높은 비판 성명에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담화에 대한 반박이나 대북 메시지 없이 무입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부적으론 곤혹스럽다는 분위기지만 겉으론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4일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의 발언 배경과 의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지만 관련해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는 김여정의 첫 대남(對南) 비판 담화가 기존에 외무성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에서 배포한 비판 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완전히 끊긴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을 뿐 심각하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 군이 주기적으로 훈련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의 훈련만을 ‘도발’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북측의 불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에둘러 의미를 축소했다.

여권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은 것을 보면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담화 발표자의 명의와 표현 등이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통해 거침없이 불편함을 드러냈다. 담화에는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주제넘은 실 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담겼다. 앞서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발사 중단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공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했지만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를 강조한 기존 발언을 재차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총성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6·25 전쟁 70주년이자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전쟁의 비극을 되돌아보면서 안보와 평화의 의지를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 관련 일정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전력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터키 등 3개국 순방을 취소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