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차 신천지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천지교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4일 기각하는 등 섣부른 강제수사가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국 수사’ ‘청와대 수사’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했던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천지 수사’를 두고 또다시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추 “국민 86%가 신천지 압수수색 요구”
추 장관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신천지 신도들의) 잠적 우려 때문에 압수수색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지금 중대본도 대검찰청에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고 업무 연락을 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추 장관은 지난달 28일에도 코로나19 관련 범죄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강력히 대응할 것을 검찰에 지시했다.
하지만 대구지방검찰청은 신천지대구교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지난달 29일 반려한 데 이어 이날 기각했다. 신천지가 신도 명단을 고의로 누락해 정부에 제출했는지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이 지난달 28일 일선 검찰청에 신천지 관련 강제수사에 돌입할 경우 반드시 대검과 협의를 거치라고 공문을 보낸 만큼, 사실상 윤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따로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같은 내용의 사건을 양쪽에서 따로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검찰이 이번 사건은 증거자료가 부족한 데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만큼 신속히 병합 수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섣불리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신천지 신도들이 더욱 음지로 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건당국 등에 공유하는 것 자체에도 위법 시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 현직 검사는 “정부와 여권이 방역 실패 책임을 덜기 위해 이번 사태를 ‘윤석열 대 신천지’ 간 싸움 구도로 몰아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모처럼 한목소리 낸 윤석열, 이성윤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신천지 수사와 관련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신천지 강제수사는 방역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정부의 감염병 확산방지 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검찰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윤 총장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유포나 마스크 등 보건용품 유통교란 행위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는 방침을 소속 검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업무 스타일이 다른 것일 뿐 원칙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등에서 양측이 부딪혔으나 앞으로 의견 대립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