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는 부제가 붙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한국경제신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분위기의 서점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간은 물론 인기 작가의 책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가 없음에도 SNS 입소문을 기반으로 판매 순위가 ‘역주행’하고 있어서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월 넷째 주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각본집&스토리북 세트》, ‘탑골 GD’로 인기를 끌며 신드롬을 만들어 낸 가수 양준일의 에세이 《양준일 Maybe》, 경제·부동산 분야 유튜버 박홍기의 《디레버리징》에 이어서다. 자기계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2018년 10월 출간됐다. ‘기생충’의 각본집 세트를 제외하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는 책 중 유일하게 신간이 아니다. 출간 당시에도 별 반응은 없었다. 역주행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이를 감지한 출판사는 올 1월 ‘리커버 에디션’으로 책을 새단장했고 이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을 쓴 정주영 작가는 어릴 때부터 난독증을 앓으면서도 작가를 꿈꿔왔다.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돕던 그는 기대하지 못한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그 후 ‘얼마나 많은 재능이 잘못된 사회적 신호로 사라졌을까’란 질문을 품었다.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하버드대 내에서도 뛰어난 학생과 아닌 학생으로 나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학생들을 포기로 이끄는 것은 그들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주변의 부정적인 신호였다. 책은 결국 그런 신호를 극복하고 전진할 수 있는 힘은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들로 보여준다. 저자는 “사회는 평균적인 시기에 가장 빛나는 사람들을 찾고 승자와 패자를 나누지만 그 사회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몫”이라고 강조한다.
화려한 학력이나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던 저자는 투고로 출판사 문을 두드렸다. 저자의 명성이 아니라 글이 전하는 메시지의 힘을 믿고 출판사는 출간을 결정했다. 노민정 편집자는 “미래를 불안해하는 청년들과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수요가 높은 듯하다”며 “독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글을 달아주는 저자의 소통 능력과 엄마들의 커뮤니티 내에서의 긍정적인 평가 등도 이 책의 인기에 힘을 보탰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