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영화관·카지노…코로나發 '디폴트 위기'

입력 2020-03-04 17:34
수정 2020-03-05 01:0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항공·해운·영화·카지노·에너지 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한다면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부도 위기에 내몰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이 마비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그룹 계열 호주 항공사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4억25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 가격이 지난 2일 역대 최저치인 85.2센트(발행가 100센트)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초와 비교하면 12%가량 하락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하반기 예상 수익을 기존 7500만호주달러(약 590억원)에서 5000만호주달러(약 390억원)로 낮췄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무역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운항 취소, 해운 운임 하락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은 내년에 만기가 다가오는 1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야 하지만 중국 사업 차질 등으로 차환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화관 박물관 등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영화관 사업을 벌이고 있는 A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47개 극장 중 22곳을 폐쇄했다. 애덤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영화관 폐쇄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내 티켓 판매량이 4.4% 감소하는 등 영화관 관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도박 중심지 마카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마카오에서는 지난달 카지노 41곳이 15일간 폐쇄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이 급감했다. 블룸그버그인텔리전스는 “3월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