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향해 시종일관 웃음짓던 北 김여정 기습 담화 "바보·겁 먹은 개"

입력 2020-03-04 13:32
수정 2020-03-04 13:53


"청와대의 이러한 비론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다.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립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기습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직접 저격했다.

김여정은 3일 오후 10시30분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담화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적반하장의 극치'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등 시종일관 거침없이 유감을 표현한 뒤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며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군사 장비를 사 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 꼬집었다.

앞서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주재로 긴급관계부처 장관의 화상회의를 열었고, 회의 종료 후 참석자들이 북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자 평창 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당시 동분서주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웃음을 보내던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여지껏 북한의 대남 비난은 외무성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 군부의 몫이었던 데다 노동당 부장이나 제1부부장 직함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여정은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한과 대화 물꼬를 튼 메신저로서, 대남 특사는 물론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함께 유일하게 배석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고(故) 이희호 여사 유족에게 보내는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러 판문점 통일각에 내려오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김여정의 발언 배경 등은 살펴볼 수 있다"면서도 "당장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다음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담화 전문.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불에 놀라면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고 하였다.
어제 진행된 인민군전선포병들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남조선 청와대의 반응이 그렇다.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다.

그런데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주제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하기는 청와대나 국방부가 자동응답기처럼 늘 외워대던 소리이기는 하다.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군사장비를 사 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보기 싫은 놀음은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몰래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
3월에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비루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가 남측더러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는 합동군사연습놀이를 조선반도의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 청와대는 어떻게 대답해 나올지 참으로 궁금하다.
전쟁연습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이다.

쥐여짜보면 결국 자기들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여야 하고 우리는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데 이런 강도적인 억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누가 정상 상대라고 대해 주겠는가.
청와대의 이러한 비론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다.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론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론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이다.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다.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하며 붙어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가.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립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가.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

주체 109(2020)년 3월 3일
평 양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