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92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면서 해외여행객들도 발길 둘 곳이 마땅찮아지고 있다. 베트남,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터키 등 한국인이 즐겨찾는 나라들이 한국인 전체 혹은 일부 지역 거주자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국자에 대해 격리조치를 실시하는 나라를 포함하면 '사실상 여행불가 국가'는 훨씬 늘어난다.
몰디브, 모리셔스, 세이셸 등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국가들도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 신혼부부들의 선택지도 좁아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4일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심사를 강화한 나라는 92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진자수가 4812명으로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전날 하루 동안에만 600명의 신규 감염자가 확인됐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인 베트남은 사실상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베트남은 한국인에 대해 15일간의 무비자 입국을 임시 중단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주민의 방문은 금지했고, 나머지 한국인들은 격리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 등 한국인이 즐겨찾는 도시가 많은 일본도 입국 전 14일 이내에 대구와 경북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인이 세번째로 많이 찾는 국가인 중국의 베이징시, 상하이시, 지린성(백두산 관광), 쓰촨성 등 주요 행선지들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인도 별도 지정장소(정부제공 호텔)에서 격리된다.
태국과 대만 또한 한국을 방문한 후 입국한 외국인은 14일간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세부, 보홀 등 인기 여행지가 있는 필리핀은 대구와 경북 지역 주민들을 받지 않고 있다. 세부 건너편인 네그로스오리엔탈주는 대구와 경북 거주자가 아님을 영문 주민등록등본으로 증명해야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역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막혔다.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코타키나발루가 속한 사바주와 사라왁주는 14일 이내에 한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은 말레이시아 전역에 입국 또는 경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인도는 지난달 28일부터 한국인에 대해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부터 이전에 발급한 모든 비자를 무효화함에 따라 사실상 여행불가 국가가 됐다. 우즈베티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도 한국인을 14일간 격리하고 있어 여행자들이 걸음하기가 어렵게 됐다.
유럽의 인기관광지인 터키는 체류허가가 없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크로아티아는 검역을 실시하고 체류지역 병원에 14일간 매일 건강사태를 통보하도록 했다. 영국은 대구와 청도 출신 한국인들은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보건의료서비스에 통보의무를 부과했다.
성지순례 여행지인 이스라엘도 14일 이내 한국 체류이력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해 한국인은 갈 수 없는 나라가 됐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 10위권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발리의 인도네시아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신혼여행지도 잇따라 막히고 있다. 인기 신혼여행지인 몰리브는 대구, 경북 뿐 아니라 확진자수가 많은 경남 부산 시민들까지 입국을 금지했다. 모리셔스, 세이셀 등 인도양 국가와 마이크로네시아, 사모아 등 남태평양 휴양지 등 '뜨는' 신혼여행지도 죄다 입국이 막혔다.
칸쿤, 툴룸 등이 있는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공항 상주 의료진이 문진을 실시해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있는 여행자만 정부 지정 병원으로 이송해 정밀조사를 받게 하고 있다. 하와이가 있는 미국도 직접적으로 입국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뉴욕 JFK공항에 입국한 한국인에 대해 무작위로 발열검사를 하는 등 입국이 까다로워 지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