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 죽어버려라"…몰상식한 혐오표현들 딱 걸렸다

입력 2020-03-04 10:00
수정 2020-03-04 10:15

보건 당국과 의료진,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선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이 기승을 부려 문제가 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 관계기관은 방역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이 같은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4일 방심위 관계자는 “1월27일부터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온라인 정보들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난 2일까지 삭제 61건, 접속차단 10건 등 총 71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의결했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대구폐렴을 종식하려면 김△△ 셰프님을 투입해야 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에 대해 전날 삭제 의결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셰프’란 192명의 사망자를 낸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의 범인을 지칭한다. 글쓴이는 “코로나는 열에 약하다”며 “다시 한번 지하철에 불을 질러 코로나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라△(전라도 사람의 혐오표현) 모두다 코로나 걸려서 뒤졌으면” 등 혐오표현도 방심위의 레이더망에 걸려 삭제됐다.

방심위의 제재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수사기관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검찰은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역학조사 방해, 마스크 사재기 등과 함께 중대범죄로 규정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검찰은 총 19건의 가짜뉴스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전주지방검찰청 정읍지청은 지난달 27일 “우한에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다”고 허위신고를 해 보건소 직원들을 출동하게 만든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는 국민 불안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업무를 방해하고 사기를 꺾는 등 방역망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만큼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병원이나 기관 등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거나 특정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등 유형의 가짜뉴스가 가장 빈번하다. 코로나19에서 완치되더라도 폐 손상 후유증이 남는다는 허위 의료정보나 포항 지역 간호사들이 감염이 두려워 무단결근을 했다는 잘못된 보도 등 가짜뉴스 유형은 다양하다.

가짜뉴스와 관련해 가장 자주 적용되는 혐의는 업무방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다. 인천지검은 한 맘카페에 “◎◎병원에 코로나 양성 환자가 격리 조치됐으니 가지 마세요”라는 허위 글을 쓴 B씨를 전날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해당 병원은 관련 문의 전화가 쇄도하거나 손님이 끊기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짜뉴스 유포로 보건 당국 등에 손해를 끼쳤다면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가, 비방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려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가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처벌이 만능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가짜뉴스 확산에 한몫한다”며 “확진자 동선이 지금보다 더욱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공개된다면 가짜뉴스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