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의 '제3기획'은 '존버 달력' 파는 온라인몰

입력 2020-03-03 18:20
수정 2020-03-04 00:46
“존 버(John Burr) 선생의 성공 전략. 직장인 플래너의 혁신.”

지난해 말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직장인들을 겨냥한 ‘2020년 ‘존버 달력’을 내놨다. ‘존버’란 ‘존나 버티기’라는 의미다. ‘1년 씹어 먹겠단 각오로 버티는 1월’ ‘해맑은 동심으로 버티는 5월’ ‘지금까지 온 게 아까워 버티는 11월’ 등 매월 직장생활을 버텨야 하는 이유를 적어 놨다. 이 달력은 누구나 살 수 있다. 제일기획이 운영하는 ‘제삼기획’이란 쇼핑몰에서 판다. 제일기획이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은 시험 단계지만 온라인커머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아이디어 상품 파는 ‘제삼기획’ 열어

제일기획은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제조 및 판매업’ ‘전자상거래업’ ‘중고판매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하는 정관변경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시했다. 직접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작년 12월 조용히 온라인몰 제삼기획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제삼기획 창립 멤버를 모집해 별도의 팀을 꾸리고 준비했다. 광고 기획 및 제작자, 디지털 마케팅 전략 담당자, 삼성전자 해외 매장 운영·관리 담당자 등이 모였다.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상품 발굴에 나섰다.

‘아이디어 상품’만을 판다는 게 제삼기획의 전략이다. 3일 현재 여기서 판매 중인 상품은 네 가지밖에 없다. ‘팬톤삭스 푸드라인’(사진)은 양말 세트다. 짜장면, 순댓국 등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에서 각각 일곱 가지 색깔을 뽑아내 제조했다. 칼로리를 낮춘 ‘병아리콩 초콩쨈’, 회사에서 용변을 본 뒤 흔적(?)을 지울 수 있도록 해 주는 탈취제도 있다. 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을 만한 외부 상품을 발굴했다. 직장인용 ‘존버 달력’은 제삼기획 담당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앞으로도 제일기획은 광고인들의 감각을 앞세워 요즘 트렌드에 맞게 상품을 기획·마케팅하겠다는 전략이다. 홈페이지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 압박, 핍박까지 운명이라 여기고 일해온 광고회사, 제일기획의 프로들이 새로운 물건만 파는 상점을 오픈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삼기획은 ‘처음 시도하는 제3의 비즈니스’라는 의미를 담아 만든 사이트”라며 “‘광고인들이 만든 생활밀착 신문물 상점’이라는 콘셉트 아래 매월 이색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 광고시장서 벗어나 물건 판매

제삼기획은 소리소문 없이 생겨났다. 공식 홈페이지나 SNS 계정에 알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제일기획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든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는 올해 초 주주들에게 “광고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e커머스, 리테일 솔루션 등의 신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2020년에도 디지털과 리테일 등 핵심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를 통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