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일대 노른자땅으로 꼽히는 신용산역 주변 재개발사업을 두고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일대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이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한 탓이다. 이들은 조합이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를 피하기 위해 조합원수를 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용산역북측2구역조합이 오는 21일 사업시행계획인가와 시공사선정 총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은 용산역과 신용산역 사이 약 2만2000㎡ 땅에 최고 33층 규모 아파트 340가구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대는 아모레퍼시픽과 LS 등 대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는 데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 서울 주요 도심이 가까워 알짜 땅으로 꼽히는 자리다.
갈등이 불거진 건 조합원 자격 때문이다. 구역 내 전체 토지등소유자는 130여 명이지만 2018년 7월 조합이 설립될 당시 98명만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 나머지 28명의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은 제외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와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조합 정관에서 규정할 경우 1989년 1월24일 이전 준공된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주도록 하고 있다. 신용산역북측2구역조합의 정관 역시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들에게 조합원 자위를 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한 소유자들은 조합이 ‘머릿수’를 조절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합원 숫자가 100명을 넘길 경우 서울시의 정비사업 공공관리제에 따라 깐깐한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 무허가건축물 소유주는 “조합이 사업을 깜깜이로 진행하기 위해 조합원 숫자를 100명 아래로 유지하려 한다”며 “나중에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통해 조합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관리제 적용 유무에 따라 가장 크게 변하는 건 시공사 선정 절차다.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관리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이후 절차에 대해서도 공공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신용산역북측2구역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한 건설사만 입찰해 최종 유찰됐다. 이 경우 조합이 정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들에 의향을 물은 뒤 제안서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한 조합원은 “경쟁이 발생할 경우 합동 현장설명회 등을 진행해야 하지만 대의원회에서 입맛에 맞는 건설사를 내정한 채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며 “해당 건설사가 제안서 제출 기한도 맞추기 못해 일정도 두 차례나 연기했다”고 전했다.
무허가건축물 소유주들은 이 때문에 서둘러 조합원 숫자를 늘려 공공관리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를 접수할 때 조합원수가 98명으로 신고돼 공공관리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조례에 따라 100명 기준을 넘겨야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사업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분란이 발생하거나 기간이 지연돼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깜깜이로 진행될 경우 특정인들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