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아이폰 구매 유도를 위해 구형 아이폰 배터리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혐의를 받는 애플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최대 약 6000억원(5억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오는 12일 한국에서도 관련 재판이 열리는 만큼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보상 받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애플은 2017년 구형 아이폰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1인당 약 3만원(25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애플의 합의금 지급 대상은 2017년 12월21일 전까지 iOS 12.2.1을 구동하는 아이폰6, 6S 시리즈나 아이폰SE를 사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이다. iOS 11.2 이후 버전을 업데이트한 아이폰7 시리즈 사용자들에게도 보상하기로 했다. 애플의 합의금 규모는 적용되는 아이폰 수에 따라 약 4000억~6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애플은 해당 기종들에 대해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면 성능도 낮아지는 운영체제(OS)를 강제로 업데이트해 문제가 됐다.
집단소송을 당한 애플은 그간 배터리 성능 단축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배터리 수명을 고의적으로 낮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애플은 "일부 구형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는 배터리가 부족할 때 갑자기 꺼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처리 능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해명과 함께 애플은 사용자들이 배터리 상태를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또 해당 기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크게 인하했다.
그럼에도 '배터리 게이트'의 법적 공방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상황이 이같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3년간 요지부동이던 애플이 추가 법정 싸움을 막기 위해 집단소송에 합의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지난해 기준 3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소비자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2018년 법무법인 한누리는 배터리 게이트 관련 국내 아이폰 이용자 총 6만4000여명을 대리해 서울지방법원에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오는 12일 재판이 열린다.
애플에 대한 국내 형사 소송건도 곧 진행될 예정이다. 배터리 게이트 당시 재물손괴 등 혐의로 애플과 팀 쿡 애플 대표이사를 형사 고소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은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항고장을 최근 다시 제출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