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꿩 대신 닭' 수제 천마스크 효과 없다?

입력 2020-03-03 10:42
수정 2020-03-03 16:01

# 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경미 씨는 베란다에 뒀던 미싱을 최근 다시 꺼냈다. 일회용 마스크 가격이 40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천마스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KF94 필터를 따로 사서 재단해 아이들의 천마스크를 만들었다. '이렇게 천마스크라도 만드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내놓고 있지만 수요 대비 물량은 부족한 상태이고, 이에 일회용 마스크 대신 천마스크를 쓰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3일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수제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논현동에 사는 30대 주부는 "천마스크를 만드려고 하니 미싱도 없고, 바느질은 싫어서 뜨개질로 만들었다"며 "2시간 걸려 하나를 만들었는데 안쪽에 안감과 필터를 넣어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주부도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천마스크를 직접 만들었다"며 "필터용 부직포 원단도 1마당 2000원에 구매했고, 두 장을 겹쳐서 마스크에 사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태교 때 바느질 좀 하셨던 분들 천마스크 만드는 데 동참하라"며 "아이 면마스크는 저녁에 빨면 다음날 바짝 말라서 바로 사용하기에도 좋다"고 덧붙였다.

세종에 거주 중인 30대 주부도 "기존에 있던 천마스크를 찾아 작아진 아이의 내복을 잘라 안감으로 덧대어 바느질했다"며 "주문한 필터가 도착하면 안에 넣어서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주부도 "어제 마스크만 찾아보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결국 천마스크 6개를 주문했다"며 "필터라도 넣어서 불가피할 때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민들이 직접 천마스크를 만드는 이유는 일회용 마스크 가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마스크 1매당 평균 가격이 4000원대로 전월(800원대)보다 5배나 올랐다고 이날 발표했다. 오픈마켓을 포함한 KF94 방역용 마스크 온라인 판매사이트 100여곳에 대해 자료수집시스템을 통해 마스크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는 "아이가 끼는 마스크는 많이 사뒀는데 등하원 때 잠깐 쓰는데 3000원짜리 쓰는 건 아까워서 면 마스크와 필터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적 마스크가 수요 대비 부족하다는 점도 천마스크 사용을 독려하는 요인이다. 전날 정부는 우체국을 통해 마스크를 1장당 1000원, 한 사람당 5장으로 제한을 뒀지만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전날 대구지역 79개 우체국에선 마스크 8150장을 내놓았다. 시민들은 각 지역의 우체국에 5시간 전부터 대기 줄을 섰지만, 1600명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448만장, 지난 1일 203만7000장의 마스크를 공급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시민들이 더 많은 셈이다.

그렇다면 천마스크는 안쓰는 것보단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더 있을까.


일회용 보건마스크가 없다면 천마스크라도 쓰는게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조언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필터 교체형 수제 면 마스크도 보건용 마스크(KF 80) 만큼 효과가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분집포율 시험을 실시한 결과, 수제 필터 면 마스크는 평균 80~95%의 차단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보건용 마스크와 비슷한 성능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비상으로 인증받지 않은 필터를 판매하는 업자들도 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오픈마켓에선 국가 인증을 받지 않은 필터를 항균 필터로 판매하는 판매자들이 있어 이들을 잡아내고 있다"며 "필터 구입 시 고객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