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 패혈증 치료제, 코로나19 신약으로 뜰까

입력 2020-03-02 13:44
수정 2020-03-03 01: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셀리버리가 개발 중인 중증 패혈증 치료제 iCP-NI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지면서다.

iCP-NI는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사진)가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교수로 근무하던 2000년대 초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과제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조 대표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바이오테러에 대응할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 관계자는 “2001년 9·11 사태가 터진 뒤 의회 건물에 탄저균이 들어 있는 우편물이 배송되는 등 바이오테러 위협이 높아지던 시기였다”며 “전장에서 생화학무기에 노출된 군인의 생명을 구할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컸다”고 설명했다.

iCP-NI는 세포·조직 투과성 융합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심각한 염증이 발생했을 때 수반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세포와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바이러스 감염, 치명적 외상 등으로 인체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활성화해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패혈증의 주요 증상이다. 조 대표는 펩타이드 물질인 CP-NI에 새로운 약물전달기술을 적용해 이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감염성 호흡기질환은 호흡기와 폐에 심각한 염증 반응을 유발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셀리버리는 최근 동물실험에서 iCP-NI가 코로나19와 비슷한 RNA 바이러스 감염성 중증 폐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크게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폐점막의 사이토카인 수준도 상당히 억제됐다”며 “염증을 완화하는 항염증 사이토카인인 인터류킨-10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했다.

셀리버리는 iCP-NI의 임상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펩타이드 전문 수탁생산기관(CMO)과 임상시료 대량 생산계약을 맺은 뒤 현재까지 2㎏ 이상의 시료를 확보했다. 세계적 임상 분석기관인 영국 코방스를 비롯해 경희의료원 등 서울 상급종합병원들과 임상자문계약도 맺었다.

회사 관계자는 “암, 중추신경계 등 기존 파이프라인 목록에 iCP-NI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포함할 계획”이라며 “병원성 바이러스 감염증 질환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