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한 시간이면 진단할 수 있는 장비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하지만 한 달째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비와 진단시약을 병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현장진단장비 승인을 서둘러 방역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진단기업 미코바이오메드는 코로나19 RT-PCR 검사에 필요한 소형 장비인 VERI-Q PCR 316(사진)과 VERI-Q Prep M16, 이 장비에 쓰는 진단시약을 개발해 지난 1월 29일 질병관리본부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승인은 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무게가 4㎏에 불과해 휴대가 간편하다. 현재 검사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모피셔, 바이오라드 등 외국 기업 제품은 무게가 30㎏ 이상이다. 핵산 추출 방식도 개선해 기존 제품보다 소요 시간을 3분의 1로 줄였다. 국내에서는 말라리아, 결핵, 댕기열 진단시약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허가받았다. 유럽에서는 21개 질환을 대상으로 CE 인증을 받았다.
방역당국이 선별진료소 등에서 확보한 피험자의 검체를 전국 검사기관 100여 곳에 보내면 검사기관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검체가 검사기관에 이송되는 데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기존 장비는 검체 96개를 수집해야 검사할 수 있어 검체를 모으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24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제품은 현장에 설치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검체를 확보하면 1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절차대로 심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 회사의 진단시약은 자사 장비와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범용으로 개발된 다른 진단시약과 다르다”며 “긴급사용승인 심사는 차례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미코바이오메드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방글라데시 정부는 다카국제공항에 이 회사 제품을 설치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50대를 추가로 구매해 지역사회 감염을 방지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미국 중국 홍콩 등에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