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상황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져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체질개선’에 나선다. 이를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개 점포 중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3~4년에 걸쳐 정리할 예정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하고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롯데쇼핑은 ‘공간’ ‘상품기획(MD)’ ‘데이터’를 성장을 위한 주요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총 330만㎡(약 100만 평)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 공간을 비롯해 40여 년 동안 쌓아온 MD 노하우, 방대한 소비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우선 대대적인 오프라인 매장 개편에 나선다.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한다. 마트의 패션 상품은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상품 기획 및 판매에 나서는 등 다양한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3900만 명에 달하는 그룹 멤버십 회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서비스 개선에도 나선다. 소비자들이 사는 상품과 구매 행태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달 말에는 롯데그룹의 새로운 쇼핑 앱인 ‘롯데ON’을 출시한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7개사의 온라인몰 상품이 모두 롯데ON에 모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023년까지 전자상거래 취급 규모를 현재의 세 배인 20조원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화학부문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국내 생산거점인 여수, 울산, 대산 지역과 해외 곳곳에 글로벌 생산 거점을 대거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아시아 지역 석유화학 회사로는 처음으로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ECC 사업에 진출했다. 2016년 6월 착공해 3년 만에 준공했다. 총 사업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가 투자된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로, 에틸렌 100만t 생산 능력을 갖췄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투자하고 있다. 2018년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의 대규모 유화단지 공사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 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로부터 약 47만㎡ 면적의 부지 사용 권한을 매입해 토지 등기 이전을 완료했다. 이곳에 납사 크래커와 하류부문 공장 등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해 202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투자를 늘리고 생산설비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화학3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비피화학은 울산지역에 2021년까지 6900억원 규모의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유화단지 신·증설이 끝나면 동남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세계적 규모의 거대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