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산관리, 구독경제 결합하고…해외결제 수수료 없애고…디지털 세대 맞춤형 금융 뜬다

입력 2020-03-03 16:32
수정 2020-03-03 16:34

‘디지털 전환’과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이색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올 들어 카드사들은 넷플릭스, 멜론, 밀리의 서재 등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에 할인 혜택을 집중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 설계와 은퇴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용카드업계는 ‘구독경제 열풍’

카드업계에서 주목하는 흐름은 ‘구독경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악 스트리밍, 전자책 등 구독형 콘텐츠를 즐기는 20~30대를 겨냥한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구독형 서비스를 카드로 자동이체하는 소비자는 구독 기간 동안 이용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카드를 꼬박꼬박 쓰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의 ‘딥원스 카드’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멜론, 지니뮤직, 밀리의 서재 등의 요금을 결제하면 건당 6000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현대카드의 ‘디지털러버 카드’도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등 이용료를 월 1만원까지 깎아준다. 하나카드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인 트라이브와 제휴를 맺고 이용료의 1.7%를 할인해 주는 ‘트라이브 애니플러스 카드’를 선보였다.

삼성카드는 최근 대표 상품 브랜드인 ‘숫자카드’를 V4(네 번째)로 개편하면서 5종의 카드에 넷플릭스, 온라인 쇼핑, 배달 앱 등 디지털·온라인 할인을 기본 혜택으로 넣었다.

직구족에 솔깃, 해외 수수료 없는 카드

국경 없는 소비를 즐기는 해외 직구(직접 구매) 마니아를 겨냥한 ‘외화 체크카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대 2%씩 냈던 해외 결제 수수료 없이 외국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씨티은행의 ‘글로벌월렛 체크카드’는 원화와 함께 달러·유로·엔·위안·싱가포르달러·홍콩달러 등 6개 통화로 결제할 수 있다. 해외 결제 수수료 없이 결제액만큼 인출되기 때문에 해외여행이나 직구 때 유리하다. 하나은행의 ‘글로벌페이 체크카드’도 해외 결제 시 수수료를 떼지 않는다.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 싱가포르 등에서는 교통카드로도 쓸 수 있다. 이들 상품은 현지 통화를 달러화로, 달러화를 다시 원화로 바꾸는 ‘이중환전’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나 직구할 때 환율과 수수료에 민감한 젊은 층에게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은퇴설계 받아볼까

은행들은 자산관리와 노후설계를 고민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이 모두 제공하고 있다.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짜 주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 조정, 부동산 리밸런싱 등도 조언해 준다. 대부분 무료다. 신한은행의 ‘미래설계포유’는 스마트폰 앱에서 은퇴 설계와 부동산·세무 상담 등을 도와준다. 하나은행의 은퇴설계 시스템을 활용하면 비슷한 연령대의 저축액, 자산 규모, 은퇴준비율 등을 분석해 노후 대비 자금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아볼 수 있다.

국민은행 ‘케이봇쌤’, 농협은행 ‘NH로보-프로’, 기업은행 ‘아이원 로보’ 등은 AI 기술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다. 아직은 초보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향후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커(PB)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의 AI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AI는 알파고 알고리즘을 활용한 투자상품을 선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I로 주가, 환율 등의 지표를 종합 분석해 안정적인 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