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미숙한 코로나 대응에 뿔난 천안·청주 시민들…청와대에 청원 잇따라

입력 2020-03-03 10:00
수정 2020-03-03 14:05
충청권 일부 지자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남 천안시와 충북 청주시 얘기다. 천안시는 확진자 발생 문자를 잘못 발송하거나 때늦은 이동 동선 공개로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청주시는 민원을 이유로 시민들에게 문자 발송을 하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 2일 오전 11시30분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4명 발생’이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20대 여성 1명과 40대 여성 3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 확진자가 73명으로 늘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는 두 시간이 흐른 오후 1시25분 ‘추가 4명 발생자 최종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문자를 수정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확진자 동선도 뒤늦게 공개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20번째 확진자의 경우 지난달 24일 오후 천안 롯데마트 천안점을 다녀갔다. 시는 5일이 지난 지난달 29일 오후 5시50분 동선을 공지하고 방역 소독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확진자가 다녀간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은 1주일이 지나서야 휴점을 결정하고 방역 소독을 했다.

충북 청주시는 확진자의 동선을 문자로 발송하지 않고 있다. 잦은 문자 발송이 오히려 시민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데다 확진자가 방문한 업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로 신속히 동선을 공개하는 타 지자체와는 다른 대응 방식이다.

시민들의 불만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청주의 한 시민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주시의 재난 문자 미발송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충북 청주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도 재난 문자가 왜 안 오죠’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론 보도보다 먼저 와야 할 재난문자는 안 온다”며 “다른 지자체는 신속히 대응하는데 청주는 보호를 못 받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SNS와 홈페이지를 이용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 청원에는 4700여 명이 동의했다.

천안의 청원인은 ‘천안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시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천안이 제2의 대구가 될까 무섭다”며 “천안시장 자리가 공석이라지만 3일이 지나도 확진자 동선은 바로 확인되지 않고 대형마트는 확진자가 다녀간 며칠이 지나서야 폐쇄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게시 이틀만인 2일 오후 1만88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주시는 민원이 잇따르자 2일부터 문자에 확진자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첨부하기로 했다. 천안시는 모든 확진자의 동선을 조사해 즉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코로나19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청주=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