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응이 장기화하면서 방역 물자 품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마스크를 시작으로 방역복, 보호경(고글), 체온계 등 방역 일선에서 사용하는 물품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물품 분배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과 생산 영역까지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료용 체온계 업체 상당수가 멈춰 섰다. 체온을 감지하는 센서 반도체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수요의 60%를 담당하는 중국산 센서 반도체 공급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체온을 매일 체크하는 체온계는 감염자가 늘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강국에서 센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역설”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국내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업체) 라인을 일부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급히 대구·경북 지역에 4만7000벌을 지원한 의료용 방호복 부족도 여전하다. 대구지역 의사협회 관계자는 “곳곳에서 지원 물량이 도착하고 있지만 소모량이 워낙 많아 방호복 공급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방호복 20만 벌 추가 확보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3M 관계자는 “방호복 대부분을 중국과 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누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마스크 역시 만성적인 원자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핵심 소재인 원단 부직포 ‘MB(melt blown) 필터’의 40~5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원자재 확보와 생산량 증가를 국가 차원에서 기획하지 않으면 방역 물품 부족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방역 물품을 관리하는 정부 시스템도 나뉘어 있어 혼란을 부추긴다.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지만 방호복은 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확보해야 한다.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마스크 생산 등에 정부가 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업체인 샤프가 이달 마스크 생산에 들어간다.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설비를 전환해 하루 생산량을 50만 장까지 늘릴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을 월 4억 장에서 6억 장으로 늘리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샤프의 마스크 생산설비도 정부 지원으로 지어진다.
마스크 비축 물량을 3억 장까지 늘리기로 한 미국 역시 관련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3M과 킴벌리 등 세계적 마스크 생산업체를 둔 만큼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 마스크 자재 확보를 정부가 적극 나서서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