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리가 대구다!"

입력 2020-02-28 17:50
수정 2020-02-29 00:07
코로나19 치료의 최전선인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지난 26일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상자 안에는 마스크와 함께 “남편의 재택근무로 남은 걸 보내니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 병원에는 마스크 외에도 500인분의 간식, 귤 4상자, 컵라면 8상자 등이 속속 도착했다. 2000만원과 5000만원을 놓고 간 개인도 있다.

충남 서산의 80대 남성은 지폐와 동전 등 98만여원을 넣은 비닐봉지를 시청에 맡기며 “대구에 전해달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대구·경북 힘내라!” “우리가 대구다!”라는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유 김연아 김희선 유재석 강호동 김우빈 이승엽 봉준호 송강호 등 유명 스타들의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300억원을 내놨고 현대자동차·SK·LG·포스코그룹은 각각 50억원을 쾌척했다. GS그룹과 CJ그룹,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하나금융, 대구은행은 10억원씩을 지원했다. 물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주)한화와 한화솔루션은 마스크 15만 장, SK실트론은 마스크 10만 장과 손 세정제 2만5000개, LG생활건강은 10억원 상당의 제품을 보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빵을 3월 한 달간 매일 1만 개씩 기부하기로 했다. 오비맥주, 매일유업, 쿠팡, 이마트, 영원무역 등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까지 나서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곤욕을 치른 유니클로는 마스크 1만5000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1억원을 기탁했다.

전국에서 달려온 의사들만 200여 명, 지원을 신청한 인원은 총 850명을 넘는다. 의료진은 “피로에 절었다가도 따뜻한 손길 덕분에 힘이 솟는다”며 다시 방호복을 챙겨 입는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생업을 접고 달려온 분들과 구호품을 보내준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이 싸움에서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이웃은 고난 속에서 더욱 빛난다. 어려울 때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들의 응원 릴레이는 과거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재현하듯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래, 우리가 대구·경북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