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학원에 휴원을 권고하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학원이 수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원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1주일간 휴원한 학원 중 상당수도 “아무런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휴원을 더 연장할 수는 없다”며 개원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사교육 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학원 휴원’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학원 절반 이상 ‘영업중’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8만6430개 학원 중 정부의 휴원 권고를 받아들인 곳은 지난 26일 기준 4만2895개(49.6%)에 그쳤다. 정부가 휴원을 권고한 23일 이후 3일이 지나도록 전국에 있는 학원 절반 이상은 정부의 휴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학원들이 휴원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인터넷 강의를 제공할 수 있는 대형 학원과 달리 소형 학원은 휴원에 따른 환불 요청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 목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개학 전후인 2~3월 학생들에게 환불하면 다른 학원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며 “휴원은 학원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권고대로 이미 휴업한 학원들도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1주일간 휴원한 경기 광명의 한 학원은 “휴원을 해도 임차료는 내야 하고, 복사기 등 각종 기기 렌털비도 그대로 나간다”며 “1주일은 교육청 눈치를 보면서 쉬었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운영자도 “2주 휴원 결정 이후 수강료를 되돌려줬지만 어느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며 “나도 자영업자인데 어떻게 더 쉬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책 없이 권고만 하는 교육당국
좁은 공간에서 많은 학생이 공부하는 학원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이 휴원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감염 우려가 있는 경우 학원 운영자에게 학생이나 강사를 격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질 뿐 법적으로 부과되는 의무는 없다.
민간업체인 학원의 휴원을 유도하려면 손실을 보전해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재정 지원에 소극적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투입을 위해선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학원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학원 측에 휴원을 ‘강력히 권고’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학원과 교습소에 강력하게 권고했지만 아직은 기대만큼 휴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학원의 휴원 결정을 호소했다. 학원가에선 교육당국이 법 뒤에 숨어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책임만 회피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소규모 학원 대표는 “차라리 정부가 휴원을 강제하면 학원 입장에선 보상해달라고 요구라도 해볼 수 있지만, 협박하듯 권고만 할 뿐이어서 휴원 손실을 학원이 다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