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 없이 비례대표 후보자만 내겠다고 28일 밝혔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지역구는 미래통합당 등 다른 야당 후보로 밀어주고,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통해 정책 대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비례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유권자들을 향해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지역구에선 다른 야권 후보를 찍고, 정당투표는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국민의당에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주시고, 정당 투표에선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달라"고 했다. 이번 결정에 통합당과의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전혀 없었다"며 "밤새 고민해 오늘 새벽에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바람을 짓밟는 위성정당들이 탄생하고 있는데, 이들 정당이 국민들을 속여서 표를 받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귀국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고, 지역구에 출마할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비례정당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비례민주당이 창당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국민의당이 만약 10% 가량의 정당 지지율을 얻는다면 약 7~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이날 "공모를 통해 어느 정도 진용이 갖춰졌을 때 목표의석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전날 국민의당에 입당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과 이태규 의원(비례대표)이 힘께했다. 그동안 안철수계로 분류돼왔던 비례대표 김삼화·신용현·김수민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어제 (세 의원들을) 만나 같은 얘길 했다. 어렵지만 이 길을 가겠다고, 이 길이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면서도 "정치인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고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왔던 세 의원은 통합당 행이 유력하다.
권 의원과 이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권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은 당 대표 권한이 아니고, 민주적인 심사결과를 거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제 거취는 (비례정당이라는) 선거전략과 큰 관련이 없다"고 거취에 대한 답을 유보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