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실온에 두면 금방 색깔이 변해 숙성도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사과는 ‘에틸렌’ 가스를 뿜어내기 때문에 다른 과일과 함께 두면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사과 바나나 외 다른 과일은 어떻게 숙성도를 알 수 있을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이종흔 교수팀은 반도체 감응막 상단에 나노미터(㎚) 두께의 산화물 촉매층을 코팅해 사과 등이 방출하는 에틸렌 가스를 고감도로 검출하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산화주석 기반 반도체 가스센서에 산화크롬을 코팅하면 여러 방해 가스를 제거하고 에틸렌만을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바나나, 애플망고, 복숭아, 키위, 블루베리 등 5개 과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 농도를 15일 동안 측정하면서 자체 개발한 센서로 과일 숙성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를 주도한 이 교수는 “사과 등 과일이 뿜어내는 대표적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며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해 스마트 농장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를 스마트폰에 장착해 과일 앞에 대면 ‘먹을 만한지’를 알려주는 앱 개발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재단 지원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