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본사로 사용 중인 서울 을지로2가의 대형 오피스 빌딩 파인애비뉴 A동(사진)을 5000억원대에 인수한다. 국내 1위 카드사 위상에 맞는 사옥을 마련하는 동시에 투자용도로도 요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카드업계와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파인애비뉴 A동 소유주인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 소파즈와 건물 인수 시점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이 건물은 을지로와 삼일대로 교차점에 있는 연면적 6만5744㎡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과 연결된다.
신한카드 본사는 서울 충무로1가 포스트타워를 오랜 기간 빌려 쓰다가 인력이 대폭 늘자 더 넓은 사옥을 물색했다. 2016년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현 더존비즈온 빌딩) 인수를 시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7년 말 공실이 많던 파인애비뉴 A동을 빌려 쓰기로 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임차 계약을 자동 연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재계약 시점에는 어느 때든 건물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도 받았다. 최근 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하는 기업 외에 임차인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건물이 있는 을지로2가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일대와 을지로입구역(을지로1가)에 비해 가치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을지로 일대가 ‘힙지로(힙한 을지로)’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 핵심 업무지역이 비씨카드 사옥이 있는 을지로4가까지 확장된 것도 파인애비뉴 빌딩의 가치를 대폭 올린 요인이다.
부동산금융업계는 콜옵션을 받아낸 결정이 ‘신의 한수’라고 평가한다. 저렴한 가격에 인기 상업용 건물을 인수하는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3.3㎡당 2000만원대 후반인 주변 빌딩 시세를 감안하면 건물 시가는 최소 5800억원이 넘는다. 신한카드의 콜옵션 행사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을 인수하면 지금 내는 임차료만큼 부담을 덜게 된다. 다른 입주 기업으로부터 임대료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이 건물에는 CJ헬스케어와 아마존 등이 입주해 있다. 2년여간 건물을 사용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건물 상태가 뛰어나고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며 자동차를 활용한 강남 진출도 쉽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최종 인수 시점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주인 소파즈에 달러화로 건물 대금을 치르기로 했는데, 현재 달러화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환율만 안정되면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콜옵션 행사 가격은 당장 인수하더라도 큰 이익을 보는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