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지기업인 한솔제지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대전 공장의 백판지 설비 증설에 323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다음달부터 공장 개조를 시작해 내년 7월까지 증설을 마칠 계획이다
한솔제지가 생산공장 증설에 나선 것은 백판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된다. ‘빅3’ 제지업체 중 하나인 한국제지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백판지 시장에 뛰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제지는 지난 26일 백판지 제조 3위인 세하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제지는 유암코가 보유한 세하 지분 71.6%를 인수할 예정이다.
백판지는 주로 제과 제약 화장품 등 고급 포장재에 사용한다. 한솔제지가 국내 백판지 시장 점유율 40%로 1위다. 한솔제지의 백판지 생산 규모는 연간 71만t이다. 깨끗한나라(26%), 세하(1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백판지 설비의 생산 속도를 늘리는 게 핵심”이라며 “이에 맞춰 원료 공급부터 제품 포장까지 생산 공정 전반을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제지회사들이 백판지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백판지업계 4위인 신풍제지는 지난해 12월 평택 공장 이전 문제로 백판지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신풍제지는 이 공장에서 매년 약 1300억원 규모의 백판지를 생산해왔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국내 백판지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95%를 생산한다”며 “신풍제지의 사업 철수로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재료인 폐지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제지업계의 공격적 투자 유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환경 규제로 폐지 수입을 중단하면서 폐지 가격은 2년 전부터 낮게 유지되고 있다. 2018년 초 ㎏당 150원이던 국내 폐지 가격이 올 들어 65원으로 떨어졌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설비투자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며 “중국 환경 규제로 수출길이 막힌 국내 폐지의 공급 과잉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