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추가 확산 저지와 경제활동 재개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활동과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너무 서둘러 재개되면 이동과 접촉이 늘어나면서 2차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며 "이제 경제 회복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각 부문에 대해 철저한 당 중앙의 정책과 지도가 필요하다"면서 "절대 안도해서는 안 되고 경제 사회 발전에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기업의 생산 회복과 근로자 복귀, 교통·물류, 시장 공급 업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중국의 13개 성(省)급 행정구역은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낮췄다. 광둥성과 산시성, 장쑤성, 쓰촨성 등 6개 성은 대응 수준을 1급에서 2급으로 내렸다. 랴오닝성과 윈난성, 칭하이성 등 7개 지역은 1급에서 3급으로 한꺼번에 두 단계를 낮췄다. 중국은 중대 돌발 공중위생사건을 특별 중대(1급), 중대(2급), 비교적 중대(3급), 일반(4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상하이 등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은 경제활동을 완전히 정상화하고 도로 통행 제한을 취소했다. 산둥성은 성 내 기업의 조업을 8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쑤성도 성 내 75%에 달하는 3만4000개의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 민용항공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한 항공편 운항을 후베이성을 제외한 노선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민용항공국은 다른 국가의 항공 당국에도 중국으로 향하는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농민공을 위해 대규모 세금 인하와 대출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선 공장 재가동 절차를 간소화하고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정책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충칭시와 후난성, 산시성 등에선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가 직원이 감염된 사례가 발생하면서 다시 공장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활동 정상화를 위한 여건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춘제(설) 연휴 이후에도 자가 격리와 대중교통 운행 제한, 외출 통제 등으로 중국 본토 내에서 이동 제한 조치를 적용받는 인구는 아직도 수 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춘제 연휴를 맞아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를 떠난 사람 중 3분의 1만이 일터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장시성의 한 관계자는 "여행과 이동 등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며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들여온 우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전염병 통제와 경제 발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모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틀째 400명대를 유지했고 사망자는 한 달 만에 최소로 줄었다. 중국 국가위생건상위원회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7만8497명, 사망자는 2744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가 433명, 사망자는 29명 늘었다. 신규 사망자는 지난달 28일(26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발병지인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409명, 26명 증가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24명으로 사흘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