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식될 것이라던 정부 전망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흘러가자 자동차 업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생산라인과 부품 공급망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중단 사태를 겪었던 만큼, 국내 협력사 방역에 실패한다면 생산라인이 다시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 한 명 감염되면 전 사업장 정지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협력사의 부품 생산이 중단된 여파로 임시휴업을 단행했다. 소형 트럭 포터의 적재함 철판 부분을 공급하는 서진산업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하루 동안 공장이 폐쇄됐고, 부품이 없는 현대차 생산라인도 같이 하루 멈춘 것이다.
국내 무수한 협력사와 업계 종사자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협력사의 1차 협력사는 350여곳에 불과하지만, 2·3차 협력사는 5000여곳에 달한다. 협력사 종사자만 50만명 규모이고 그 가족까지 합하면 수는 2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 등도 일부 협력사를 현대차그룹과 공유한다.
가령 업계 종사자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업체 하나가 멈추게 되고, 이는 연쇄적인 생산 중단 사태를 야기한다. 직장 내 접촉자 감염이 이뤄졌다면 생산 중단도 장기화된다. 부품 공급이 끊겨 완성차 생산이 멈추면 해당 모델에 부품을 공급하는 다른 협력사들도 경영 위기에 처한다.
◇ 중국 부품 사태, 예고편에 불과
이달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중소 부품 협력사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 자금 지원을 지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생산하던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겨 완성차 공장이 멈추자, 중소 부품 협력사 공장도 자금 흐름이 끊기며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납품대금 5870억원을 최대 2주 이상 조기에 지급하고 3080억원의 현금을 무이자로 지원해 협력사들의 자금을 융통해줬다.
다만 국내 완성차 제조사나 협력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장기간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 근로자) 한 명이 감염되더라도 전 공장을 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며 "(이는)부품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사업장에 타격을 입히고 결국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연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395만대에 그치며 2009년 이후 10년만에 4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는 추가적인 생산량 감소를 우려해 사업장 내 외부인 출입을 차단한 채 건물 입구와 식당 등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방역 수준을 높이고 있다.
◇ "생산과 판매 동시에 얼어붙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업계가 생산량과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에 이뤄진 조사이기에 향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은 너나할 것 없이 개점휴업 상태다.
기업들도 향후 업황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이번 달 전 산업의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내린 65였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제조업 업황 BSI는 65로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BSI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 자동차 업계가 느낄 체감 경기는 더 냉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생산 현장과 판매 일선이 동시에 얼어붙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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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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