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없는 진짜 혁신을 만들어낸 ‘교란자들’.” 이처럼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데이비드 로완의 《디스럽터:시장의 교란자들》은 기존 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사회에서 혁신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재해석해 성과를 거두는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새로 급부상하는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고 있는지를 다루는 잡지 ‘와이어드’ 영국판에서 8년간 편집장으로 일한 인물이다. 산업 전반의 전설적인 기업 임원들을 만나면서 그가 갖게 된 단상은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 아주 흥미진진한, 즉 ‘개소리가 아닌 혁신’으로 약진을 거듭하는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일들일까. 페이스북 직원들을 위한 핸드북이 냉정하게 말하는 메시지에 ‘개소리 없는 진짜 혁신’이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우리가 페이스북을 죽일 존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할 것이다.” 에어비앤비를 보면 된다. 창업한 사람은 호텔업을 해 본 사람이 아니다. 호텔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호텔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익숙한 것을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호텔은 마땅히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도식에서부터 ‘개소리 없는 진짜 혁신’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처럼 새로운 유형의 혁신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이런 혁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기업이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혁신을 자신이 이미 알고 있고, 익숙한 틀에 끼워 맞추려 한다. 이를 두고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을 구조화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혁신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온 영향력이나 아이디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 일어나게 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상식에 반하는 주장, 즉 “아주 오래도록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나올 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사고와 행동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의 주인공이 되기란 힘들다. 교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뒤집어엎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는가에 대해 많은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의 결론은 “파괴하는 자들만이 새로운 제국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성한 사례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책이 갖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나는 이 책을 쓰는 여정에서 혁신을 과학공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얻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업계에서 오랫동안 인정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는 조직을 방문하고 나면 그들 조직이 겪는 공통점은 인간이 가진 편견이 혁신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더 이상 기회는 없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 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