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전 사무장이 본 한진 주총…"조현아 '결심' 긍정적" [라이브M]

입력 2020-02-28 08:00


"뒤에 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룹경영 난기류'에 빠진 한진칼 주주총회가 한 달여(다음달 2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자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 편에 섰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가족 간 싸움으로 번진 모습이다.



두 진영 간 보유지분 차이는 1.47%포인트(P)에 불과하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6.52%를 보유 중이며 이 고문은 5.31%, 조 전무는 6.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와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1.0%), 카카오(1.0%) 등을 합하면 의결권을 가진 총 지분은 34.45%다.

조 전 부사장 등 3자 주주연합은 조 전 부사장 지분 6.49%를 비롯해 KCGI 17.29%, 반도건설 13.30%(계열사 포함) 등 37.08%를 확보했다.

'지분 줄다리기'가 팽팽한 만큼 한진칼 주총의 향방은 나머지 30% 표심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그 주인공이다.

<한경닷컴>은 한진가(家)에 맞섰던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에게 이번 경영권 다툼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다음은 박 전 사무장과의 일문일답.



▲ 조 전 부사장은 최근 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전문 경영인을 위촉하고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KCGI, 반도건설과 손잡았는데 어떻게 보는가

그동안 재벌들이 소유와 경영이라는 개념을 많이 착각해왔다. 그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결심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한 한진가의 최초의 선언이다. 조 전 부사장이 자발성을 갖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제대로 정착한다면 좋은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의심이 드는 대목도 있다. 이번에 여덟 명의 사내외 이사를 선임했는데 그들의 면면이 비전문가이거나 혹은 그들과 연계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

▲ 어떤 인사를 영입해야 할까

노동자 대표라든지, 객관성 있는 인사가 필수다. 그들의 영향력 배후에서 조종 받지 않는다는 담보가 되는 사람들 있지 않나. 소위 말하는 시민 단체 같은 곳들 말이다. 가령 박창진을 이사를 내세웠다고 하면 내가 조 전 부사장의 조종을 받겠는가. 그 정도로 객관성이 담보된 인물이 포함됐다면 더 믿었을 거다. 지금 상태로는 그 믿음을 준다는 게 어렵다.

이른바 '조원태파', '조현아파'로 쪼개진 상황이다. 조씨 일가 자체가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조씨 일가 전체가 나가는 게 가장 맞다. 그들 모두 자격이 없다.

▲ 일각에서는 조 회장 측이 일부 직원들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대한항공 노동자들 모두 조 회장을 지지한다고 보는가

대한항공 제1노조인 대한항공일반노조 인원이 적어도 만명이 넘는다. 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거의 자동가입이다. 입사하자마자 아무것도 모를 때 가입되는 경우다. 심지어 자신이 가입이 돼 있는지 모르는 직원도 있다. 땅콩회항 사건이 났을 때 나 역시 그 노조에 가입돼 있었다.

내가 입사하고 나서 20년 동안 노조비를 냈지만 땅콩회항 때 나를 향한 노조의 법적인 보호 조치가 전혀 없었다. 당시 제1노조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이 노조가 갖고 있는 성격이 나올 것 같다. 그들은 오히려 나를 제명시켰다.

▲ 제1노조가 대한항공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 노조가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는데

2018년 조 전무의 물컵 갑질사건이 났다. 당시에도 이 노조는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 1인 시위를 했다. 나는 아무런 목적이 없었다. 단지 "두 번은 안된다. 이건 진짜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물컵 갑질사건에 대해 노조가 왜 침묵하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오니 시작했고 그제서야 노조가 형식상 시위를 했다. 그때 너무 화가 나더라. 왜냐면 노조위원장이 무대에 올라왔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대한항공 일반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오르더니 첫 마디가 "한 번도 이런 시위를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떨린다"는 말을 했다. 내부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그동안 안한 거다.



대한항공이 내부 문제가 없었느냐, 많이 있었다. 노조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시위를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게 말이 되나. 시위하는 나를 대한항공 본사 직원들이 와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왜 찍었겠나. 이 노조가 만약 회사에 같이 저항한다면 나랑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혼자인 나와 함께 하지 않고 시위하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건 이 노조가 어떤 측을 대변하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말을 했다. "노조가 내부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안한다. 어용이라고 생각한다" 딱 이 한마디 했는데 노조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그 다음날 바로 제명시켰다. 그들은 비판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무슨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인가.

▲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어떤 노조인가

1960년대 중반에 이 노조가 생겼는데 노조위원장을 직선제로 뽑다가 3선 간선제로 노조 대표, 대의원에 의해서 뽑는 것으로 바뀌었다. 비민주적이다. 이 노조는 노조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규정이 없다. 대한항공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현재 대한항공을 장악하고 있는 경영진들을 호위하기 위한 어떤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내가 이번에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논문에 항공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나 실었다. 노조를 통해서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답변의 7.2% 말고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 왜 그런가 봤더니 노조를 제2의 감독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더라. 그만큼 노조가 내부 통제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노조가 모든 대한항공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서 여론몰이를 하는 건 아닐까. 소위 말해 뒤에서 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